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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계와 환인에서 고구려를 찾다.

  • GT 이상기
  • 조회 574
  • 2014.03.05 06:46
수동, 하천이 흐르는 석회암 동굴

본계시는 심양에서 단동으로 가는 심단고속을 타고 두 시간쯤 달리면 나온다. 이날 목표한 곳은 본계시에서 동쪽으로 30Km 떨어진 수동 석회암 동굴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배터리를 이용해 운행하는 10인승 전기 자동차를 타고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그들 말로는 이곳 수동의 동굴이 세계에서 가장 긴 석회암 동굴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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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계 수동에 있는 석회암 동굴 입구의 모습이다.
ⓒ 이상기

입구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바깥까지 나온다. 보트를 타기 전 솜을 넣은 긴 코트를 하나씩 입게 한다. 옷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깨끗하지 않고 퀴퀴한 냄새가 난다. 배에는 조타수를 포함해 10명 정도 탈 수 있다. 동굴의 전체 길이는 15Km쯤 되며, 우리가 배를 타고 가는 거리는 3Km쯤 된다. 수심은 평균 2m이며, 가장 깊은 곳은 7m에 이른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현란한 모양의 종유석이 나타나고 온도가 낮아져 점점 더 서늘해진다. 냄새나는 코트지만 그것을 입지 않았더라면 추위를 느꼈을 것 같다. 이곳 사람들이 돌들에 특유의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 너무 어둡기도 하고 배가 빨리 지나가 이름과 돌의 연관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구곡은하, 백의신선, 사탑, 보탑산, 옥녀봉 등 이름이 보인다. 가장 그럴듯해 보인 옥녀봉을 찍으려다 머리가 바위에 부딪칠 뻔했다. 전체적으로 84군데를 경승지로 정해 설명을 붙여 놓았다.

약 40분간 배를 타고 다시 입구로 나오니 더운 기운이 확 끼쳐오고 안경과 카메라 렌즈에 하얀 이슬이 맺힌다. 사진을 찍으니 화면이 부옇게 나온다. 본계 수동의 석회암 동굴은 이번 여행 코스 중 유적지가 아닌 유일한 관광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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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계 수동 지방의 지도. 본계시는 서쪽에, 환인현은 동쪽에 있다.
ⓒ 이상기

본계는 요녕성의 14개 지방 중 하나다. 성도인 심양의 동남쪽, 단동의 북쪽, 무순의 남쪽에 동서로 길게 뻗은 지역이다. 대체로 만주족들이 자치현을 이루고 살고 있다. 서쪽의 본계시에서 동쪽의 환인현까지 산악 지대가 많아, 전체적으로 옥수수와 벼를 재배하는 농업지역이고 광공업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다.

본계 수동에서 환인현으로 가는 도중 본계 만주족 자치현의 시가지 중심부에서 잠깐 쉬면서 만주족의 살림살이를 관찰했다. 한국와 비슷한 수박, 참외, 복숭아, 포도가 한창이다. 간판을 보니 음식으로 양탕(羊湯)이 많았다. 농경을 하고 있지만 만주족도 기본적으로 유목민이기 때문에 양을 즐겨먹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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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도하 주변 농가 모습.
ⓒ 이상기

만주족이 많이 사는 지역, 환인

다시 1시간을 달리면 삼도하다. 그곳에서 다시 2시간을 달리면 환인에 이를 수 있다. 환인으로 가는 길은 성급 공로(省級公路)로, 포장된 2차선 도로다. 본계 만주족 자치현과 환인 만주족 자치현 사이에는 1000m가 넘는 산이 솟아 있다. 이 산들을 경계로 물길이 다르다.

본계 자치현의 하천은 서쪽으로 흘러 태자하를 이룬 다음, 혼하와 합류해 요동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에 비해 환인 자치현의 하천은 동쪽으로 흘러 혼강과 합류한 다음 압록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환인 만주족 자치현은 산뿐 아니라 물줄기까지 우리 민족과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초모정자산 아래 고개를 넘어 환인현에서 처음 만나는 큰 동네가 팔리전자진이다. 이곳에서도 산길을 돌고 돌아 대청구에 이르면, 201번 국급 공로(國級公路)가 나온다. 여기서 환인까지는 30Km 정도다.

아하를 지나 환인에 도착하니 시간이 벌써 오후 2시다. 환인 시내에 들어서자 멀리 오녀산성의 웅장한 모습이 보인다. 환인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혼강(일명 비류수)의 북쪽으로 해발 800m인 오녀산이 좌우로 길게 펼쳐져 있다. 용이 날기 위해 웅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에가 실을 내뿜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산의 형상이 범상치 않다.

환인시를 한바퀴 돌면서 우리 조상들이 한때 도읍을 정했던 곳의 분위기를 익힌다. 그러나 고구려의 도읍지는 지금 환인현처럼 혼강의 동남쪽에 있었던 게 아니라 서북쪽에 있었다. 혼강에 놓인 다리를 건너야 오녀산성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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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성'에서 바라본 환인시가지 너머로 오녀산성이 보인다.
ⓒ 이상기

우리 일행은 환인현에 있는 유일한 조선족 식당인 '고려성'으로 갔다. 조선족 식당이기도 하지만 강 건너 오녀산성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혼강변에 있는 이 식당은 여관으로도 이용된다.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정원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백일홍, 코스모스, 달리아, 수국 등이다. 정원을 돌아 강변 쪽 언덕에 서니 혼강 너머로 오녀산성이 약한 안개에 가려 희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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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성' 식당 앞에서 만난 수국의 모습이다.
ⓒ 이상기

환인이라는 지명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하늘의 임금 '환인'과 같다. 하느님이 내려와 자리 잡은 곳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환인을 단군신화와 연결해 연구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환인은 현재 인구 30만명의 만주족 자치현다. 조선족도 8000명 정도 살고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이 많이 살았던 서간도 지역의 거점 도시며 1910년대에는 백암 박은식, 단재 신채호 등이 동창학교 선생으로 일하면서 민족의식을 고취하던 곳이다. 당시 환인에는 조선 사람과 만주족이 반반 정도였다는데, 해방 후 조선 사람이 귀국해 이제는 만주족의 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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